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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살해당했다 |1회 01. 캠핑장에서 작가 : 이듬 | 등록일 2019.10.11
목록으로 찜하기 첫회 책갈피 이전회없음 2회 02. 수사의방향 2019-10-11 218다음회 rss
 아침이 밝아왔다.
바람의 각 잡힌 지휘 아래 춤추는 나무들과 지저귀는 새들.
향긋한 풀냄새와 함께 남편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일어났어?”
 
남편의 다정한 목소리는 늘 내 마음을 안심시킨다. 
 
“응. 날이 좀 춥다.”
“따뜻한 커피라도 내려줄까?”
“아니야. 괜찮아. 여보가 제일 따뜻해!”
“하여간 하음표, 귀여워가지고!”
 
나는 남편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한없이 넓고 따뜻한 사람, 평생 내 편인 사람. 
 
“음표야! 주호야! 나와서 라면 먹어!”
 
목소리의 주인공은 소민이다.
여기가 집이 아니라 캠핑장이라는 걸 상기시키듯 라면 냄새가 텐트 안으로 솔솔 들어온다.
반나절도 겨우 있을 것 같았던 캠핑은 벌써 이틀째로 접어들었다.
벌레면 질색하지만, 부부동반 여행이 대학교 때부터 같은 동아리였던 친구들의 평생소원이래서 겨우 따라왔다.
하필 같은 동아리 내에서 커플이 탄생했고, 비슷한 시기에 두 커플 모두 결혼했다. 
나와 주호, 그리고 소민이와 남석이가 그 이야기 속 주인공이다. 
그래도 여전히 캠핑은 탐탁지 않다.
어젯밤만 해도 벌레에게 몇 번이나 피를 양보했는지 모르겠다. 
 
“음표! 어제 잘 잤어? 캠핑 어때? 생각보다 괜찮지?!”
 
마치 긍정적인 대답을 기대하듯, 소민이의 눈은 반짝거렸다.
 
“나 지금도 엄청 참고 있어. 당장 너무 찝찝해.”
“낭만적이고 좋은데 왜! 숲의 소리를 들어봐. 귀가 호강한다니까.”
 
소민이 말대로 잠시 눈을 감고 숲의 소리를 들어보기로 했다.
바람 소리, 새소리, 나무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
나쁘지 않았다. 
조금, 아주 조금 캠핑의 매력도 알 것 같았다.
 
“여보, 내가 설거지 할테니까 들어가서 조금이라도 더 자.”
 
맨날 다정하고 멋있는 건 남편 혼자 다 한다.
20살 때부터 다정하고 따뜻하던 그는, 벌써 8년이라는 시간 동안 흔들림 없이 내 옆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늘 먼저 일어나서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내 팔다리를 다시금 이불 안으로 넣어 주는 게 그의 첫 일과이다. 
씻고 나와 나를 깨우고, 출근 준비하는 내 모습을 혼자 뿌듯하게 30분 가량 쳐다보며 나를 기다려 주는 건 주호의 두 번째 일.
지금은 남편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가끔 출장이라도 가는 날이면, 그렇게 외롭고 쓸쓸할 수가 없다.
알람 소리는 차갑게만 느껴지고, 이불도 불편하기만 하다. 
그렇게 나는 완벽하게 주호의 세상 안으로 들어와 그의 세상 안에서 내 영역을 넓혀왔다. 
 
“주목해주세요 여러분! 우선! 점심까지 계곡에서 실컷 놀다가, 계곡 근처에서 삼게탕을 먹을 거야. 그 후로는 소소하게 캠프파이어 앞에서 차 한잔하며 여유를 즐기다가, 각자 텐트 안에서 취침! 그리고 내일 서울 출발! 이게 우리 마지막 일정이야.”
 
남석이의 일정 브리핑을 모두 듣고, 우린 계곡으로 출발했다.
수박, 맥주, 간식 몇 가지를 챙겨 부지런히 차를 타고 이동했다.
마지막 날 캠핑 장소 또한 지금 이동하고 있는 계곡 근처에서 숙박할 것이라고 했다. 
도착하자마자 텐트를 설치하고, 계곡으로 걸어갔다.
도보로 3분 정도 걸으면 계곡의 청량한 자태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이 부분이 캠핑와서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다. 
 
“우리 내기할래?”
 
계곡에 도착하자마자 대뜸 소민이가 꺼낸 말이다.
모두가 의아했다.
 
“별 건 아니고, 양쪽 끝에 한 명씩 서 있는 거야. 나랑 음표가 바위 옆에, 내 건너편에 남석이, 음표 건너편에 주호! 그래서 준비 땅! 하면 남편들이 우리 쪽으로 와서 바통터치 하면, 우리가 저 끝 바위까지 열심히 걸어가는 거야! 물줄기가 세니까 뛰진 못하고, 그냥 빠른 걸음 정도로. 어때? 진 팀 삼계탕 쏘기.”
 
우리가 어린 애도 아니고, 뭐 이런 거로 내기를 하나 싶었지만,
제일 먼저 손을 들고 ‘하자!’라고 외친 건 내 남편이었다.
물 안에 있는 물고기들이 다칠까 걱정되었지만, 경기는 이미 시작해버리고 말았다.
주호 팔다리가 더 길었던 탓일까? 주호의 걸음 속도가 남석이 보다 조금 앞섰다.
이내 바통터치를 받은 나는, 그 순간 쓸데없는 경쟁심을 발휘했다.
막상 앞서고 있으니까, 무조건 이기고 싶었다.
바보 같은 경쟁심에 아래를 보지 않고 무작정 걸었다.
 
“음표야 조심해! 아래 날카로운 바위들이 많아!”
 
뒤에서 주호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소용없었다. 무조건 이길 생각뿐이다.
 
“아!”
 
찢어질 듯한 비명과 함께 나는 발을 부여잡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니나 다를까, 바위에 발이 찢긴 것이다.
피가 철철 나는 것 보니, 깊게 찢긴 것 같다.
 
“여보 내가 그니까 조심하라고 했잖아. 게임이 뭐라고 이렇게 열심히야. 업혀.”
 
화난 언성이지만, 그 안에 걱정 가득한 남편의 목소리를 들으니까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차분해졌다.
 
“주호가 앞서고 있었잖아. 이기고 싶어서 그랬지. 미안해.”
“하여간 하음표, 멍청이라니까.”
 
남편은 의자에 나를 앉히고 응급 상자를 가져와 발을 치료했다.
물론 응급 상자 또한 남편이 집에서 혹시나 해서 챙겨온 물건이다.
 
“아이고 하음표씨 결국 사고 치셨어요. 기왕 이렇게 된 거 삼계탕 먹고 음표는 텐트 들어가서 좀 쉬는 거로 하자.”
 
소민이는 가끔 엄마처럼 꾸짖으면서 걱정해준다.
20살 때부터 말투가 구수한 동네 아주머니 같아서 선배들이 함께 술 마시기 어려워 했다.
주사 또한 옆에 앉은 상대방을 꾸짖는 모습이었던 거로 기억한다.
 
“여보가 다쳤으니까 내 것까지 닭 다리 두 개 다 먹어.”
“주호는?”
“나는 다리보단 날개가 좋아. 날개 두 개 다 내가 먹을 거야.”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남자는 닭 다리를 양보해주는 남자일 것이다.
주호는 그런 닭 다리를 두 개나 양보하니, 우주에서 몇 안 되는 남자임이 틀림없다.
이상하게 먹을 때는 다리가 하나도 안 아프더니, 다 먹고 나니까 그렇게 따가울 수가 없다.
남편이 업어줘서 쉽게 텐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좀 자고 있어. 나 필요하면 바로 전화해요. 알겠지?”
“지금 당장 필요합니다!”
“재워주고 갈까?”
“아니, 농담이야. 사실 일찍 일어나서 지금 엄청 졸려. 나 신경 쓰지 말고 놀고 와요.”
“응. 뽀뽀.”
 
남편이 텐트 문을 닫자마자 눈을 감았다.
어제 하루종일 벌레에 시달려서 그런지, 잠이 솔솔 왔다.
얼마나 잤을까, 밖에 주호 목소리, 소민이 목소리, 남석이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래도 일어날 힘이 없다.
원래 이렇지 않은데, 역시 어제 잠을 많이 못 자서 그런 것 같다.
놀러 왔으니까 열심히 놀아야 하는데, 너무 피곤하고 무기력하다.
내 몸을 다스리기가 힘들 지경이다.
또다시 정신을 잃고 하염없이 잠들었나 보다.
이젠 옆에서 남편의 온기와 숨소리가 느껴진다.
아아, 나 대체 몇 시간을 잠만 잔 거야.
남편이 안아주면서 귓가에 속삭였다.
 
“여보, 푹 자요.”
 
나도 그런 남편을 껴안고 말했다.
 
“응, 주호도.”
 
그렇게 또 몇 시간을 잤을까.
아침을 알리는 새들이 시끄럽게 울어대는 바람에 조금 일찍 눈이 떠졌다.
사실 몸에서 그만 일어나라고 깨운 걸 수도 있다.
 
그런데 평소와 다르다.
 
옆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얼음처럼 차가운 공기만 느껴질 뿐이다.
등에 소름이 돋는다.
머리엔 식은땀이 나기 시작한다.
서서히 눈을 떴다.
다행이다. 남편이 옆에서 곤히 잠들고 있다.
 
“여보. 일어나봐. 너무 추워 안아줘.”
 
남편은 부동이 없다.
나는 직감할 수 있었다.
지금 내 옆에 누워있는 남편이 더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그 날은 유독 차갑고 바람이 매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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