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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 전하, 이 결혼을 취소해 주세요! |1회 프롤로그- 황태자와의 약혼 작가 : 피치타르트 | 등록일 2019.11.02
목록으로 찜하기 첫회 책갈피 이전회없음 2회 2. True love kiss? 2019-11-06 54다음회 rss
 [프롤로그 : 황태자와의 약혼]
 
  
 
 
 
"카스타니아. 너는 황태자비로 최종 선정되었다."
 
 
그녀의 아버지, 타니치 율라인 공작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이런 건 예상하고 있었지만,’
 
황태자비가 되는 것.
 
‘시기가... 예상보다 많이 빠른 것 같네..?’
 
 
제국의 유일한 공작가, 율라인 공작가의 고명딸.
 
동대륙을 휘어잡고 있는 프렌티아 황실의 황태자비로서, 부족할 것 없는 조건이다.
 
제국의 황후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 있는 지금, 제국의 여인들 중 가장 높은 자리인 황태자비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황태자비 자리..... 꼭 받아야 하나요?”
 
 
공작의 낮빛이 달라졌다. 꼭 터지기 일보 직전의 폭탄처럼.
 
 
“지금까지의 너를 만든 건 나와 엘레나이다.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생각, 들지 않으냐?”
 
 
‘엘레나..’
 
익숙한 이름이었지만,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엘레나 테린시스 율라인.
 
얼마 전에 집을 나간 공작부인의 이름이다.
 
 
“낳아 주신 건, 부모님이 맞지만. 키워 주신 건...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뭐?”
 
“아, 제 말을 듣고 노하셨다면 죄송해요. 하지만 이것도 다 어머니 아버지께서 저희를 아주 자-알 키.워. 주셔서 생긴 일이니까.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세요.”
 
 
명백하게 비꼬는 어조였다.
 
‘너무... 막 나갔나?’
 
그러나, 그 생각은 곧 카스타니아의 머릿속에서 깔끔히 지워졌다.
 
이어진 공작의 말 때문에.
 
 
“정략결혼이었으니.”
 
“...”
 
 
공작의 말도 결코 현실성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정략결혼으로 평생의 연을 맺는 게 일상화된 세상이다.
그것은, 율라인 공작부부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애초에 정이 가지 않는 상대였는데, 그 자식이라고 다를 게 있을까.
 
 
공작부인만으로 만족하지 못한 공작은 따로 세 명의 정부를 두었다.
 
그리고, 7명의 자식이 태어났다. 
 
적자와 적녀, 그리고 사생아 5명.
 
 
‘정략결혼... 그게 뭐라고. 그깟 게 이유가 돼?’
 
카스타니아는 공작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마 정상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하... 알겠습니다. 그렇게 알고 있도록 하죠.”
 
 
청색의 드레스를 조용히 매만지던 카스타니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
 
 
"어차피, 결혼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
 
 
공작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카스타니아는 문 손잡이에서 손을 떼고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니요. 하지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21세. 귀족 영애들의 결혼 적령기였다.
그중 하나인 카스타니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카스타니아는 ‘보통의 귀족 영애’ 의 범주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다.
 
‘과연 보통의 귀족 영애가 사람들을... 때려눕힐 수 있을까.’
 
검술과, 모든 무술에 능하다는 점에서.
 
 
황궁에서 황태자비 노릇을 하고 떵떵거리며 산다, 아마 행복을 누리기에는 가장 좋은 길일 것이었다.
 
'왠지... 꺼림칙해.'
 
카스타니아는 이제까지 항상 자신의 감을 믿어 왔다.
 
이번에도, 틀린 건 아닐 확률이 높았다.
 
황태자비가 검술에 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귀족들이 과연, 뭐라고 떠들어댈까.
 
확실한 것 한 가지는, 황궁에 들어가면 반드시 죽는다.
 
'일찍, 싹을 끊어 버려야지.'
 
다시 문 손잡이를 잡고서, 카스타니아는 작게 중얼거렸다.
 
혼잣말은 아니었지만, 모르는 이가 들으면 혼잣말이라 치부할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파혼이 어렵다 해도, 저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고.”
 
 
***
 
 
며칠 후, 율라인 공작가에 편지가 도착했다.
황궁에서 온 청혼서였다.
 
{친애하는 카스타니아 딜리아 율라인 공녀.
 
프렌티아 제국의 황태자, 리테엔 프렌티아 입니다.
 
어쩌고저쩌고..
이러쿵저러쿵,,
 
그러므로, 영애에게 정식으로 청혼하는 바입니다.
부디 평안한 오후 보내시길.}
 
‘청혼서를... 이렇게나 일찍?’
 
보통의 황족들은 정혼자가 정해진 후, 일주일이 지난 후에 청혼서를 보냈다.
 
그 이전에 보내면 훗날 부부의 사이가 나빠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일주일은 천사와 악마가 싸우는 기간이라나 뭐라나.
 
‘귀족들의 반발이 심했을 텐데.’
 
귀족들은 별 것 아닌 일로도 종종 싸우곤 했다. 
 
이번 청혼장 일도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 반발도 물리칠 만큼 권력이 강력한 황태자다, 이건가.’
 
카스타니아가 청혼서를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누군가가 그녀의 등 뒤로 달려왔다.
 
 
“카스타니아 아가씨! 공작 각하께서 아가씨께 오늘 점심을 함께하자고 하십니다.”
 
 
그녀의 직속 시녀였다.
 
 
“무슨 일로?”
 
“그건 잘....”
 
“일단 알겠어. 가 보면 알겠지. 너희도 빨리 점심 먹으러 가.”
 
 
카스타니아는 뒤따라오려는 다른 시녀들을 모두 물리고 혼자 저택 내의 식당으로 향했다.
 
 
긴 식탁의 가운데에서, 가장 크고 높은 의자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던 공작은  혼자서 온 카스타니아를 보고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왜 혼자 오느냐? 시녀들을 데리고 오지 않고. 혹시 시녀들이 너를 깔보는 거라면, 이 아비에게 말해라. 당장 바꿔주마. 하하.”
 
“일부로 물리고 왔습니다만.”
 
 
평소에는 딸이 뭘 하고 어디를 가든, 신경도 쓰지 않던 공작이었다.
 
‘황태자비가 될 딸에게 잘 보이려고 이러는 것이라면, 틀린 것 같네.’
 
이제 와서 이런다고 해도, 이전에 그가 했던 행동들과 태도가 바뀌는 건 아니었다.
 
게다가, 현재도 은근히 그녀를 무시하며 내려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존중했다면, 적어도 내가 오기 전에 식사를 먼저 시작하는 무례한 행동은 하지 않았겠지.’
 
이를 꽉 깨문 카스타니아는 표정을 정리하고, 고개를 들어 공작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무슨 일로 부르셨는지요.”
 
공작이 허허 웃었다.
 
“왜, 애비가 딸을 만나자는 데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거냐? 그냥 밥이나 먹자고 불렀다.”
 
 
뻔한 거짓말이었지만, 카스타니아는 모른 척을 했다.
굳이 말싸움을 해 봐야, 좋을 건 없었으니까.
 
곧 음식이 나왔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샐러드와 스테이크 한 조각을 포크로 찍어 입안에 넣었다.
 
순간, 이상한 기운이 자신을 슥- 훑고 지나갔다.
 
카스타니아는 손에서 포크를 떨어뜨렸다.
 
‘이거 누가 만든 거야?’
 
평소에 공작이 먹는 음식임에도, 평소에 카스타니아에게 제공되는 식사보다 맛이 없었다.
 
‘주방장이 달라서 그런가?’
 
그건 아니었다.
 
주방장이 다르다고 해도, 공작저에 배달되는 식재료는 같다.
 
그러던 카스타니아는 아주 어렸을 적, 카이알이 가르쳐 주었던 ‘데비안’ 이라는 독극물을 떠올렸다.
 
[‘데비안'은, 일단 구하기가 힘들어. 그렇지만 효과는 아주 강력하지. 소량만 먹어도 몇 시간 만에 죽게 돼. 해독 방법을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음... 오라버니는 그런 걸 어떻게 알아? 먹어 봤어?]
 
[응, 비슷한 걸 먹었던 적이 있는데, 스승님이 해독해 주셨어. 그분께서는 해독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한 분이거든.]
 
 
‘그 스승을... 찾아야 해.’
 
가만히 앉아서 개죽음을 맞이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에.
 
“아버지.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공작은 화들짝 놀라며 일어섰다.
 
“무슨 일이냐? 뭐 때문에?”
 
“아, 빠트리고 온 중요한 일이 있어서요. 배가 부르기도 하고.”
 
공작은 잠깐 갈등하는 듯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카스타니아를 순순히 보내 주었다.
 
“그래. 일이 끝나면 시녀를 시켜서 나를 부르거라. 할 말이 있으니.”
 
예상대로였다. 
 
공작은 한가하게 밥이나 먹자고 부른 게 아니었다. 식사는 핑계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카스타니아에게 결혼을 설득하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식당에서 나온 후, 카스타니아는 연무장으로 달려갔다.
 
항상 그렇듯, 연무장에는 단 한 사람 이외의 다른 누구도 없었다.
 
 
“오라버니.”
 
 
카스타니아가 그에게 다가갔다.
 
카이알 율라인이 그녀의 기척을 감지하고는 대답했다.
 
 
“무슨 일로?”
 
 
제국 최강의 병기라 불리는, 황궁 제1기사단.
 
그 기사단의 단장인 카이알은 곧 있을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검 대신, 그의 주특기인 모닝스타를 휘두르며. 
적 대신, 그보다 훨씬 속력이 빠른 물의 하급 정령, 운디네를 쫓으며.
 
전장에서의 미친놈이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나비를 쫓아다니는 것 같은 사람만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러게, 공작저 기사들하고 대련을 하라니까. 정령만큼 빠른 건, 전장에 없잖아?’
 
그렇게 생각하던 카스타니아는 조금씩 의식이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진짜, 잘못하면 나, ...죽겠네..?’
 
이대로 목숨줄 끊어지면 전쟁도 못 나갈 텐데. 카스타니아는 그런 생각으로 카이알을 불렀다.
 
 
“오라버니, 하나뿐인 동생 목숨, 살릴 마음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거 그만하고 내 말 들어줘.”
 
 
카이알은 땅에 발을 디뎠다.
 
 
“무슨 일... 있어?”
 
“데비안. 나 그거 먹은 것 같아.”
 
 
카이알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어쩌다가?”
 
“아버지 새끼가 점심을 함께하자고 해서... 먹었는데, 누가 스테이크에 데비안을 넣은 것 같아.”
 
 
카이알이 카스타니아의 손목을 잡았다.
 
 
“해독해야 돼. 아니면...”
 
 
카스타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영혼을 빨리게 되는 거. 오라버니가 말한 적 있잖아.”
 
“해 봤자, 한 30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을 거야. 빠르게 움직여야 해.”
 
 
카이알이 앞장서자, 카스타니아가 그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10여 분 정도를 달린 끝에 도착한 문 앞에 서서, 카이알은 외쳤다.
 
 
“전하!!! 빨리 올라오시는 게 좋겠습니다아!!
 
“..?”
 
 
몇 초 뒤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로브를 뒤집어 쓴 채 걸어나왔다.
 
그는 카이알의 목에 칼날을 겨누었다.
 
 
“율라인 경.”
 
 
당사자인 카이알은 태연했다.
 
 
“예.”
 
“신분 확인이 필요하네.”
 
“당신의 비밀을 안전하게 지켜 드리겠습니다. 황태자 전하의 친우로서, 제1기사단장으로서. 그리고 프렌티아의 한 일원으로서 맹세합니다.”
 
 
잠깐의 침묵이 찾아왔다.
 
‘틀..렸나..?’
 
그런 생각마저 들었을 때쯤, 남자가 로브 모자를 벗었다.
 
 
“확인은 끝났어. 3개월 만이군. 이 다음 암호는... 통신 도구로 보내 주도록 하지.”
 
“예.”
 
 
날카로운 눈빛이 카스타니아를 일순간에 훑었다.
 
 
“그나저나, 공녀는 왜 이곳에?”
 
 
남자가 카스타니아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그녀는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
 
 
“어둠 속의 한 줄기 빛과 구원이 되신, 제국의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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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반갑습니다, 피치타르트입니다. 네이버웹소설 챌린지리그에서도 연재중입니다. 유토피이코믹스에서는 최신 회차로 2화 정도 간격으로 선공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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