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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 한민족의 꿈 |1회 주필산전투 작가 : 사라야하타 | 등록일 2019.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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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하늘 아래 수만의 횃불은 시간을 초월했다. 수심이 허벅지 까지 오는 강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하천, 건너가는데 10분도 걸리지 않는 폭… 하지만 그 하천 사이로 수만의 병사가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백로가 내리고, 그 백로는 얼어 서리가 되어 투구를 얼렸다. 낮은 언덕에 횃불의 반광(反光)에 스멀거리는 날숨… 그 한숨, 두 숨의 주기는 하천 사이의 횃불의 움직임과 비례하여 짧아졌다. 구리로 주조한 다리 다섯 달린 까마귀는 달빛마저 얼려버린 날숨에도 횃불의 밝은 빛에 빛나고 있었고. 황금으로 치장된 대도를 차고 있는 황제, 그 뒤로 수백의 휘하 군사들은 붉은 깃발을 차가운 강바람의 무희에 맡기고 있었다.
 
“정찰대가 돌아왔습니다. 폐하.”
 
긴박한 목소리가 차가운 적막을 깨웠다. 두 다리로 서기 전에 청랑(靑狼)을 타고 다닌다는 피쿠르족으로 구성 시킨 정찰대 300중 십여명만 돌아왔다. 황제는 돌아온 정찰대를 흘겨보았다. 그의 벗 정찰대장 ‘얄친 돌기대(yacin dorgide)’는 ‘자금성 아래에서 허울 없이 날이 새도록 술을 마시자’는 황명을 지키지 못했다. 그들 중 몇 명의 지갑(紙甲)을 뚫은 화살 때문에 붉은 피가 흰 무명 바지를 젖히고 있었다. 황제의 눈은 수심이 가득했다. 그의 눈빛을 읽었는지 그의 오랜 수하 ‘마록’이 돌아온 정찰대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적의 동태는 어떠한가?”
 
청랑에서 내려 예를 표하고 있던 정찰대 무리 중 가장 앞에 앉은 자가 자신의 어깨를 뚫은 화살을 부여잡고 아픔을 삼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중군과 상군은 이미 상류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군대는 하군 뿐입니다. 우려하시던 도마사 부대는 800리 밖 상류를 돌파하기 위해 이미 이동하였습니다.”
 
정찰대의 대답에 마록 휘하 수백의 적기병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폐하 지금이 기회입니다. 상대의 하 군은 경기병이 주류입니다. 지금 우리 정예 적기병과 2만의 방패병과 장창병이 도하를 한다면 적은 필히 멸할 것입니다.”
 
황제는 조용히 허리춤에 차고 있던 대도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 보고를 올린 정찰대의 어깨에 시퍼런 칼날을 들이 밀었다. 월광에 빛나는 칼날에 정찰병의 식은 땀과 온기가 서리되어 맺혔다.
 
“폐… 폐하…?”
 
마록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황제를 바라보았다. 황제의 표정은 서슬처럼 퍼랬다. 후방에 예를 갖추던 병졸들은 그 모습에 눈이 둥그래져 엉덩방아를 찧고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적기병이 칼을 뽑아 들며 소리쳤다.
 
“폐하의 어전이다 예를 갖추지 못할까?”
 
칼 끝으로 붉은 핏방울이 대도를 타고 떨어졌다. 황제는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그대들은 누구인가?”
 
정찰병은 잠시 황제의 눈빛과 마주쳤고 맹수의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 보는 황제의 위업에 몸서리를 파랗게 질렸다. 그러자 황제가 다시 나지막하게 물었다.
 
“짐이 묻지 않는가? 그대들은 누구인가?”
 
황제의 재차 질문에 정찰병은 바닥을 기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신은 돌기대 장군과 평생 전장을 누빈 하장군입니다 폐하.”
 
그의 대답에 마록도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 저자는 평생 폐하의 눈이 되어준 천리안 부대 부장이지 않습니까 폐하? 어찌 저자를 알아보지 못하시는 것입니까?”
 
마록의 물음에 황제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대 눈에는 짐이 짐의 친위대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어 보이는가?”
 
“그 그런 뜻이 아니옵니다 폐하.”
 
황제는 칼을 번쩍 들더니 정찰병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의 머리는 초점을 잃고 바닥을 굴렀다. 적기병 한명이 그 머리를 확인하고 소스라치게 놀란 목소리로 소리질렀다.
 
“호족이다.. 호,, 호족이야!!”
 
황제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도의 칼을 헝겊으로 닦았다. 정찰대와 함께 있던 병졸들이 허리춤의 곡도를 꺼내어 황제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황제 곁에 지키고 있던 마록이 푸른 월도를 휘둘렀다. 그러자 정찰대 병졸들 모두가 허리가 끊기거나 가슴에 거대한 상흔을 내고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고깃덩어리가 되었다. 
 
대도를 닦던 황제는 검푸른 월도를 응시하더니 웃으며 마록에게 물었다.
 
“경은 짐이 짐의 친위대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우매하다 생각했는가?”
 
황제의 농조 짙은 질문에 마록은 당장 엎어져 대답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폐하.”
 
황제의 칼이 다시 이전의 색깔로 돌아오자 황제는 떠있는 달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청랑대는 절대 예를 표하지 않는다. 설령 황제인 나에게 조차. 그나저나 초패왕도 늙었나 보군, 이런 얕은 모사를 펼치는 것 보니.”
 
수십의 호족의 시체를 치우는 동안 황제는 얕은 하천으로 시선을 돌렸다. 수천의 횃불이 불타 성나는 말벌들과 같이 긴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황제는 뒤돌아 보며 호령하였다.
 
“그간 나를 따라와준 제군들은 수고했다. 우리는 저 높은 언덕 주필산을 점령해야만 한다. 적은 우리보다 5배이상 많고, 최정예 정찰대 청량대 조차 저들을 파악하지 못했다. 이미 우리의 진법과 진형 우리의 위치는 저들의 머릿속에 있을 것이고. 우리는 모든 패를 보여주고 전투에 임해야 한다. 
 
떠나고 싶은 이는 떠나라. 지금 떠나는 이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 겨우 6만으로 30만이 넘는 적을 돌파하라는 미친 명령을 따르라고 강요하진 않겠다. 하지만 떠난 이들은 이번 전투가 끝난 이후 다시는 려국을 떠나 다른 곳으로 영원히 도망쳐라. 그리고 너의 모든 흔적을 지우고 비루하게 살아남아 패도의 역사에서 자취를 감춰라.”
 
황제의 호령에 병사들은 서로를 쳐다봤다. 도주하는 자는 한명도 없었다. 수년의 원정, 그간의 시간이 안타까워 서라도 이제 와서 포기할 사람은 없었다. 황제는 다시 연설을 이어갔다.
 
“아직도 남은 자들에게 명령한다. 이번 전투에서 지면 끝이다. 상군장은 들어라.”
 
마록이 대답했다. 
 
“예!”
 
“너희는 선발대다. 적기병 1만과 함깨 저 양산강을 단숨에 가로질러 적의 진형을 파괴하라 너희는 뒤를 돌아봐서는 안된다. 피를 토하고 죽는 한이 있어도. 너희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 이미 섬멸된 상황임을 명심하라. 그리고 초패왕이 보이거든 그 공을 취할 영광을 주겠다.”
 
마록은 피가 떨어지는 월도를 두손으로 움켜지며 대답했다.
 
“신 어명을 받들겠습니다.”
 
“중군장은 들어라.”
황제의 명령에 언덕아라 메머드를 타고 있던 장수가 예를 표했다.
 
“예!”
 
“너희는 적기병을 따라 뒤를 따르며 포진하라 너희가 포진에 성공하면 모든 무기를 바닥에 강변에 떨어트리고 적이 진형을 파괴하라. 너희가 실패하는 순간 후발대는 선발대와 너희를 포기하고 퇴각하는 수 밖에는 없다. 
 
그리고 남은 이들은 들어라. 두려워 하지 말라. 짐이 너희를 와 함께할 것이다. 도하에 성공하면 가장먼저 훈련한 대로 진형을 갖춰라. 너희가 무너지는 순간 앞의 전격대는 순식간에 포위되고 만다. 마도병의 환술과 수많은 화살이 빗발칠 것이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말라. 훈련한 대로 하면 태고신의 가호로 너희는 무사할 것이다. 짐이 너희와 함꼐하는데 무엇이 걱정인가?”
 
황제의 연설에 6만의 병사들이 함성을 질렀다. 등골을 타고 흐르던 차가운 공포는 머리와 치를 떨게 만드는 뜨거움으로 치환되었고, 이미 그들은 승전한 부대였다. 5배 이상 많은 적의 진형을 돌파할 군대의 모습이 전혀 아니었다.
 
황제는 연설을 이어갔다.
 
“우리는 이미 승리했다. 저 우매한 것들을 보라. 자신의 숫자를 믿고 그저 강을 따라 진형을 펼치고 있지 않는가? 후발대는 상아부대가 내려놓은 무기를 주워 육합진을 펼쳐 상황에 따라 펼치면 저 오합지졸들은 두려움에 떨 것이다. 
 
모두가 살아남을 거라 이 따위 무책임한 말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전사자에게는 호국공신으로 남은 유족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줄 것임을 약조하마. 만일 무서워 뒤로 빠지거나 뒤쳐지는 부대가 있으면 그들은 후에 국경 요서 수비대로 좌천되어 평생 흉노의 침입을 받을 것이니 그리 알고 전투에 임하라.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이미 승리했다. 그간 얼마나 많은 설욕을 당하며 살았는가? 저들은 모략과 비겁한 수로 쉽게 우리를 와해시키려는 시도를 해왔지만, 우리는 그때마다 당당히 우리의 위치를 고수하며 승리했다. 이 비열한 여우세끼들을 보라. 저들은 그저 쉬운 방법으로 승리하고자 한다. 이미 적을 앞에 두고도 싸우지 않고 승리할 법만 연구하는 졸렬한 자들이다. 저런 비겁한 자들 100명보다 우리 정예병 1명이 전투에서는 더욱 빛을 바랄 것이다.”
 
그때 동녘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강서에 포진하고 있는 초나라에게 역광이었다. 황제는 천하를 가르는 목소리로 호령했다.
 
“전군 진군하라! 도하하라!”
 
“돌파하라!”
 
붉은 하늘이 점점 푸르게 변하고 등뒤의 뜨거운 햇살이 마록의 붉은 창을 비춰졌다. 마록의 돌격에 상아부대는 언덕아래 적기병의 진로를 열어주었고, 마록을 필두로 한 적기병 부대는 함성을 지르며 순식간에 도강지점에 도달했다.
 
#
초패왕은 돌격하는 적기병을 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달려드는 불나방 같지 않은가?”
 
호남지방을 호령하며 중원을 전국시대를 일통했던 초패왕은 이번 전투만큼 확신에 찬 전투가 없었다. 정찰대는 이미 제거했고, 5배 많은 군대 그리고 원해는 곳에 포진되어 있는 군졸들 뿐만 아니라 후방의 예비대 까지. 그리고 중원을 일통에 일조한 유능한 장수들 까지 패왕 아래에서 함께 하는 상황이었다. 
 
패왕은 갑주조차 입지 않고 두꺼운 가죽옷을 입고 있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환관이 패왕의 모습을 보며 웃으며 교언했다. 
 
“그러게 말입니다요. 동이놈들이 중원의 패주인 초 황제를 못알아 보고 돌격하는 꼴이 꼭 불에 달려드는 나방 같습니다요.”
 
패왕은 주필산 정상 팔각정 난간에 기대어 서며 떠오르는 밝은 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긴밤 잔치에 지친 기녀들도 재빨리 패왕의 품을 차고 들라 하였다. 그런 기녀들의 모습에 패왕이 웃으며 기녀들의 앞가슴을 주물렀다. 
 
“이번 전투가 이기면 너희 중 한명에게 려국 제후의 왕후과 되게 해주마.”
 
패왕의 재담에 기녀가 웃으며 대답했다.
 
“어찌 소녀들을 그리 후미진 곳으로 모내려 하시옵니까? 소녀들은 폐하의 품에 안기고 싶사옵니다.”
 
그러자 패왕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그래, 좋다. 이번 전투가 끝나 장안으로 돌아가거든 너희 모두 후실로 들마. 암암. 모두 후실로 평생 너희를 안고 살 것이야.”
 
황제는 오른쪽 묘족 기녀의 입에 혀를 넣었다. 그러자 검은 고양이 꼬리를 한 흑묘족 기녀가 황제의 키스를 숙련된 기술로 받았고, 그 옆의 호족 기녀는 황제의 팔을 꼭 끼우고 왼손을 자신의 앞가슴으로 가져다 놨다. 
 
추운 겨울이지만 뜨거운 새벽을 맞이한 패왕은 속으로 생각했다.
 
‘제 아무리 백전 백승 려국 황제라 할지라도. 우리 금의군과 서방의 마도병을 뚫어낼 재간은 없을 것이다. 어짜피 우리가 이길 전투야. 이길 수 밖에.’
 
패왕이 흑묘족 기녀의 혓바닥과 춤을 추는 동안 반각도 안 되는 시간 만에 도하에 성공한 마록의 월도가 금의군의 목을 바닥에 굴리면서 전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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